대한민국 속의 폴란드

프리데릭 쇼팽의 음악은 악보에 인쇄되기도 전에 애국심을 불러일으켰다. 쇼팽은 바르샤바의 하숙집을 운영하는 사람의 아들로만 알려졌을 때에도 동료들에게 역사를 주제로 즉흥 공연을 선보였다. 후에 파리에 있는 그의 살롱에서 손님들을 위해 전체 연주를 선보였고, 그 중 일부만 악보에 담았다. 그의 작품의 민족주의적이고 애국적인 특징을 폴란드인들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젊은 시절의 쇼팽을 첫 번째로 국제적으로 평론했던 로베르트 슈만에 의해 이미 인정된 바 있다(슈만은 쇼팽의 피아노 변주곡 2번을 듣고 이렇게 평했다.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하세요, 여기 천재가 나타났습니다!’). 슈만은 쇼팽이 11월 봉기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피아노 콘체르토를 이렇게 평가했다: „1830년, 사람들의 강력한 목소리가 서쪽에서 울려퍼질때 그는 자신의 예술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본인의 힘을 인식하고, 용기로 무장한 채 일어섰다.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그 순간을 기다렸지만 쇼팽이 가장 먼저 성벽에 도착했다[...]. 운명은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관계를 만나려 더 많은 것을 준비했다. 이는 쇼팽을 돋보이게 했고 그의 국적, 즉 폴란드가 그를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 만약 전제 군주[차르]가 쇼팽의 작품 마주르카의 단순한 멜로디에서 자신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는 이 음악을 금지시켰을 것이다. 쇼팽의 작품은 꽃 속에 숨겨진 대포다.” 이는 리트비넥 쿠르핀스키의 봉기 (op. 49)나 영웅 폴로네즈(op.53)를 듣는다면 즉시 알 수 있다.

쇼팽은 그의 애국심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남겼다. 1830년 봉기의 발발은 그의 음악의 전환점이 되었다. 친구들에 의해 거의 강제적으로 고국으로 돌아가 무기를 드는 것이 저지되었을 때, 그는 밤마다 ‘피아노로 천둥을 쳤다’. 그는 장조와 단조 스타일의 고전적인 단순함을 무너뜨리는 어두운 소리, 격렬한 대조, 수많은 반음계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에 따르면 혁명적이라 평가되는 C단조 에튀드나 B단조의 다소 난폭한 스케르초, 심지어 D단조의 전주곡 스케치까지 이 때 마쳤다고 한다.

1848년 4월 쇼팽이 줄리안 폰타나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그는 지정학적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편지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우리 국민들은 포즈난에 모이고 있어. 차르토리스키는 처음으로 그 곳에 도착했지만 사건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는 신만이 알고 있겠지. […] 끔찍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끝난다면 위대하고 거대한 폴란드가 있을거야. 한마디로 하자면 ‘폴란드’가.”

1863년 9월(작곡가가 사망한 지 14년 후) 1월 봉기 참가자들이 총독 테오도르 베르그를 암살하려 한 데 대한 보복으로 러시아군이 바르샤바의 자모이스키 궁전을 무너뜨렸을 때 파괴된 피아노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곤 생각 못했을 것이다. 젊었을 적 파리에서 쇼팽을 만났던 치프리안 노르비드는 이 문화와 가치 체계의 충돌 상태를 그의 유명한 시 ‘쇼팽의 피아노’에 담아냈다. 쇼팽의 작품을 독립 투쟁 담론에 포함시킨 것도 중요한 행위였으며 아마도 쇼팽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1910년 리비우에서 이가느치 얀 파데레프스키가 한 연설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났을 것이다. 실제로 이 연설은 미래 폴란드 총리의 길을 열었다. „쇼팽은 우리가 금지당했던 모든 것을 구현합니다. 화려한 귀족의 예복, 금색 허리띠 […], 귀족들의 펜싱검과 낫과 농부의 도구들의 쨍그랑 하는 소리, 상처입은 가슴의 신음, 속박되어있던 영혼의 반항 […], 노예의 고통, 자유의 슬픔, 폭군의 저주와 승리의 환희를요.” 이것이 제2차 세계 대전 점령국이었던 독일이 쇼팽의 작품 공연을 금지한 이유다.

21세기 폴란드에서 쇼팽의 음악은 여전히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바르샤바에서는 필하모닉 홀에서부터 택시에서 까지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며, 5년마다 열리는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를 수백만 명의 폴란드인이 기다린다. 오늘날 우리는 쇼팽 작품의 놀라운 보편성을 이해하고 있다. 쇼팽의 천재성은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았으며 아름다움과 진실을 바라는 사람들의 국제적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