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헌법 기념일 맞이 폴란드 대통령 글
03.05.2021
5월 3일 헌법의 날을 맞아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작성한 글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폴란드 공화국의 자부심
유럽 최초의 헌법인 폴란드 헌법 제정 230주년은 모든 유럽에 의미 있는 기념일입니다.
봄의 충만한 기쁨 속에 우리는 그 기원이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폴란드의 위대한 국경일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이 국경일은 정부 법 또는 5월 3일 헌법으로 알려져 있는 1791년 5월 3일에 통과된 헌법을 기념하여 지정되었습니다. 이 헌법은 유럽 최초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제정된 현대적 기본법이며 획기적인 제정법입니다.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폴란드-리투아니아연방의 대 의회(Great Sejm)가 채택한 이 헌법은 역사적 전환을 가져왔습니다. 5월 3일 헌법에 담겨있는 정치 체제 이념과 자유·민주적인 메시지는 유럽의 유산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헌법 제정 230주년은 그 정신을 기리는 유럽 전체의 기념일이 되어야 합니다.
정부의 위대한 발자취는 정치적 또는 문화적 위기 상황의 결과이자, 과거 역사적 사건들의 명암에 대한 사려 깊은 사색의 결실입니다. 현명한 개혁은 현실과 동떨어진 유토피아적 사상에 기반하여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고쳐나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질서는 그저 종이 위에 임의로 선포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인간의 경험과 열망으로부터 나오는 것입니다.
비전과 현실주의가 성공적으로 결합된 예는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역사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채택된 헌법입니다. 1791년 5월 3일 헌법의 창시자들 또한 특정한 정치·사회적 상황과 연관시켜 개혁을 구상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입증된 바, 그들이 고안해낸 법은 당시 공화국이 앓던 고질병에 대한 탁월한 처방이었습니다. 그 목적은 시민의 권리와 자유는 물론 국가의 통치와 안정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당시 폴란드 공화국을 지배하고 싶어했던 이웃 세력의 적대적 활동에 성공적으로 저항하고 자립할 수 있는 강력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습니다. 캐서린 대제의 러시아와 프레드릭 2세의 프로이센이 국제 사회 무대에서 폴란드인을 자기 결정권과 효과적인 정부 조직의 능력이 없다고 평가절하했으나 5월 3일 헌법은 이를 반대로 뒤집었습니다. 가와 문화의 산실이었던 중부 및 동유럽, 폴란드 이글 공화국과 리투아니아 파호냐가 현대적이며 이상적이고, 또한 공리(公理)적이며 선구적인 해결책의 근원지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오늘 기념일은 우리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법치주의, 민주주의 및 의회주의가 시작된 구 폴란드 공화국의 장구하고 영광스러운 정치 전통을 다시 언급할 수 있는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오래 전인 14세기 폴란드에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업적에서 영향을 받은 풍부한 공화주의 전통이 존재했음은 주목할 만한 일입니다. 1430년에 부여된 폴란드 귀족의 특권 neminem captivabimus ("법원의 평결 없이는 누구도 체포되지 아니한다.")은 1679년 영국의 인신보호법 (Habeas Corpus Act)을 훨씬 앞선 제도입니다. 의회가 승인하지 않은 법률을 군주가 통과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nihil novi sine communi consensu ("공동의 동의 없이 새로운 것은 없다.") 법은 1505년에 유래하였습니다. 1573년부터는 인구의 약 10%를 차지하는 모든 귀족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보편적인 선거를 통해 왕이 선출하였습니다. 1573년 ‘바르샤바 연맹’은 오늘날까지 종교 관용의 모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폴란드인과 리투아니아인들이 자발적이고 평등한 국가로 설립한 공동국가인 1569년 폴란드- 리투아니아 연방의 창설은 오늘날 유럽 연합의 원형으로 간주될 수 있는, 그 당시로서는 유럽 내 특출난 현상이었습니다.
그러므로 18세기 공화국을 권력 분리와 시민에 대한 법적 보호 보장에 기초한 입헌 군주제로 바꾸어 놓은 5월 3일 헌법은 우리가 가진 전통의 논리적 필연이었다 하겠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결정적이고 혁신적인 헌법적 개혁은 무장 혁명과 피비린내 나는 억압의 결과가 아닌 정치적 프로세스의 결과였다는 것입니다. ‘헌법’의 주요 주제는 시민 공동체라는 이념이었습니다. “왕 만세, 의회 만세, 국가 만세, 모든 영토 만만세.” 이 역사적인 업적은 우리의 큰 자부심의 원천입니다.
자유의 적들은 5월 3일의 현대적이고 자유주의적인 헌법이 그들의 이익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절대주의 제국 러시아는 프로이센의 지원을 받아 헌법과의 전쟁을 시작했고 갖은 수단으로 그 정신을 파괴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으로 성취했던 과업들은 살아남았습니다. 이후의 세대들은 가장 고귀하고 보편적인 가치에 입각하여 절실하게 필요한 근대화를 목표로 한 사상과 정신의 격변을 불러온 정치 체제의 이 획기적인 개혁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였습니다. 5월 3일 헌법이 남긴 것은 유럽의 가장 드높은 유산의 한 부분입니다. 5월 3일 헌법이 로마 조약 50주년 기념식에서 “유럽 연합을 태동한 근원 중 하나”로서 찬사를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저는 오늘날에도 유럽 통합의 미래 모델과 유럽 조약 개정을 고려하는 상황 등에서 우리 모두가 5월 헌법의 기반이 되는 사상과 그 유산을 언제든지 돌이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 사회의 모든 권력은 국민의 의지에서 나온다.’ 이와 같이 표현되는 헌법의 원칙은 우리의 정신을 지속적으로 고양하는 원천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결여 및 EU 의사 결정 과정에서 시민 대표성의 불충분한 인정 등은 우리가 공통적으로 당면한 과제들 중 일부입니다. 민주주의의 필요성과 능력주의 사이의 긴장이 5월 헌법 조항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마찬가지로 헌법 문서는 유럽 연합의 기초로 정의되어 있는 기독교 가치와 계몽주의 사상을 결합함으로써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한 결과입니다. 1791년의 정부 법은 다름아닌 우리 자신이 유럽 문명과 질서의 초석으로 여기는 원칙들, 즉 인간 존엄성, 자유, 평등 및 결속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특히 강조되어야 합니다. 그것들은 우리의 시선에서 결코 이탈할 수 없는 가치의 등대에서 나오는 불빛입니다.
이것이 5월 3일 헌법 230주년을 맞아 큰 자긍심과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은 폴란드, 리투아니아, 그리고 구 공화국의 성취에 기여한 중동부유럽의 모든 국가들에게는 중요한 기념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가 함께 하는 유럽의 기념일이기도 합니다. 오늘이 보다 진전되고 더욱 통합된 유럽을 위한 정신을 기리는 날이 되기 바랍니다. 또한 옛 노랫말처럼 “5월의 새벽”이 되기를 바랍니다.
Andrzej DUDA 폴란드 대통령
이 텍스트는 폴란드 국립 역사 연구소 및 KGHM과의 협력을 통해 폴란드 월간지 "Wszystko co Najważniejsze"에 동시에 출판되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