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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연대를 호소하다—“비무장 예언자들”의 힘

24.09.2021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책 군주론(The Prince)에서 한가지 역사 규칙을 언급하면서 “모든 무장한 예언자들은 정복했지만 무장하지 않은 예언자들은 반대로 파멸되었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하지만 모든 규칙엔 예외가 있듯, 역사는 무기를 들지 않은 예언자들이 정당함을 여러 차례 입증하였습니다. 역사적 판단이 당대가 아닌 후세의 몫인 경우가 보통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정당성은 퇴색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완벽한 예가 바로 40년 전 일어난 폴란드 자유노조 연대운동과 그 특별한 부산물인 “동유럽 노동자들에 호소하다”가 보여준 역사적 승리입니다.

Prezydent Andrzej Duda

폴란드의 1980년 8월과 독립 자치노조 ”Solidarity연대” 설립은 전후 유럽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기존의 국제사회 틀을 바꾸는 촉매 역할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두 운동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세계를 양대 진영으로 갈라놓으며 중•동유럽을 지배하고 있던 소비에트 체제 공산주의가 급박하게 몰락할 것이라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변화의 조짐이 임박했고 또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음을 이해하기 위해선 1981년 9월 5일 그단스크에서 시작된 제1차 전국연대대의원의회의 분위기 속으로 들어가야만 합니다. 

전 세계는 엘베강과 블라디보스토크 사이에서 열린 최초의 독자 노조, 즉 자유와 희망 운동이 민주주의와 의회주의 기준에 입각해 자유로운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을 경이롭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단스크의회는 사회•경제 개혁을 비롯해 체제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하고도 담대한 비전의 밑그림을 그렸는데 그 내용의 공통분모는 자치정부와 시민사회 어젠다였습니다. 유럽 최초 지배법인 1791년 5월 3일 폴란드-리투아니아 헌법이 폴란드공화국의 위대한 개혁 작업을 개시한 것처럼, 노조연대가 만든 개혁프로그램은 국가 및 경제 운영 방식에 하나의 돌파구를 마련하였습니다. 이런 평가는 “폴란드 자치”와 “민주주의”라는 사상이 당시 독재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했을 뿐 아니라 노조연대가 제안한 변화를 위한 내용에 근대화를 향한 위대한 정신이 녹아 들어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별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그리고 팬데믹 위기 상황인 오늘의 관점에서 돌아볼 때 우리는 당시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회•경제적 목표를 조화시켜야 할 때이며 단기적 이익을 쫓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 사회적 결속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경제성장의 열매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유럽 시민으로서(demos) 동시에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적절한 대의(代議) 없이는 어떤 제도도 안정적일 수 없고 바람직한 전략도 결정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하겠습니다. 태동하던 자유 폴란드가 공산주의의 계엄령 발동으로 공격당하지 않았다면, 40년 전 당시 시대를 앞선 제1차 노조연대의회가 제안했던 개혁안들이 실행되면서 선구적 해결책들이 분명 나왔겠지만, 이점에 대해선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의회에서 도출한 가장 중요한 비전이 “동유럽 노동자들에 호소하다”였습니다. 역설적으로 이 문서의 목적은 헨릭 시친스키라는 젊은 외과의가 생각해냈고 그 초안 작성에는 노조의회사무국 비서이자 전기공학자로 훗날 자유세계 폴란드에서 고위공무원과 사업가로 생을 보냈던 안톤 피츠키예비츠가 참여하였습니다. 최종 문장은 저명한 민주주의 행동가 보그슬라프 슬리비와, 반년 전 비극적 죽음으로 우리 모두를 상심케 했던 수학자 얀 리트리스키가 작성하였습니다. “호소”는 무엇보다 공산주의 독재의 거짓 선전과 폭압을 이겨낼 수 있는 진실의 목소리였으며 단순하고도 진심이 담긴 메시지였습니다:

독립 자치노조 “Solidarity연대” 1차 그단스크 의회에 모인 대의원들은 알바니아, 불가리아, 체코슬로바키아, 독일민주공화국, 루마니아, 헝가리 그리고 모든 소련연방 국가 노동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그들에게 지지를 표하는 바이다. 전후(戰後) 역사 최초의 독립노조로서 우리는 경험을 공유하며 깊은 동질감을 느낀다. 자국에 퍼져있는 거짓말과는 전혀 다르게 우리는 파업의 결과로 설립된 천만 노동자로 구성된 실체적 조직임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힌다. 우리의 목표는 모든 노동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투쟁하는 것이며 자유로운 노조 운동을 위해 싸우기로 동참한 모든 이들을 지원한다. 여러분의 대표들과 빠른 시일 내에 만나 서로의 노조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연대 안에는 “호소”가 너무 멀리 나갔다며 소극적 혁명을 주창하는 활동가들도 상당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1년 9월 8일 해당 문서는 대의원 절대다수의 찬성으로 의회 공식문서로 채택되었습니다. 당연히 이는 폴란드와 다른 공산주의 독재정권들을 격분시켰고 모스크바는 분노했습니다. 레오니트 브레주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호소”를 “모든 사회주의국가에 혼란을 부추길 것을 목표로 하는 위험하고 선동적인 문서(…)”라고 주장했고 그에 따라 연대를 무너뜨리려는 악의적 거짓 선동이 강화되었습니다. 많은 민주국가 정치지도자들도 “호소”가 무모한 운동이라고 의심하였습니다.

하지만 폴란드 연대 안에는 이런 분위기와는 상이한 견해가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영국 역사학자로서 그단스크 의회를 취재하며 “호소”선언을 목격했던 앤서니 켐프-웰치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이는 유례가 없는 역사적 순간이다, 냉전시대의 제약과 현실정치에의 순응이 도덕성이라는 이름 하에 벗겨져 나가면서 주변국들은 연대라는 강령을 받았다.

이 호소는 유럽의 얼굴을 바꿨고 오늘날 우리는 이 사태가 원인이 아닌 예언이었음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비무장 예언자들”은 승리했습니다. 1981년에 이어 1989년에 자유의 물결이 온 유럽을 휩쓸었습니다, 베를린장벽은 무너졌고 공산주의 체제는 몰락했으며 소련연방이 해체되면서 전제정치는 종말을 고했습니다. 이는 유럽통합을 위한 근거가 되었고 역내 자유민주주의국가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EU(유럽연합)가입을 촉진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중•동유럽은 역사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현재 이 지역은 오랫동안 안정과 성장을 이어오고 있으며 그동안의 성과와 경제 잠재력,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강한 열의로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동유럽 노동자에게 호소하다”에서 핵심은 운명공동체로서 연대에는 국경이 없다는 사상이었습니다. 40년 전 그러했듯, 이 생각은 도덕적 나침반처럼 현재도 우리의 행동을 이끌고 있으며 이 지역 타 국가들과 우리가 맺고 있는 긴밀한 협력의 토대가 되고 있습니다. 그 예로 V4 Group을 들 수 있으며 Bucharest Nine(부쿠레슈티 나인)은 NATO소속 동유럽 회원국들 간 군사 협력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Three Seas Initiative(3해 이니셔티브)는 발트해, 아드리아해, 흑해 주변 국가들을 결속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3해 이니셔티브가 유럽의 남-북 축을 따라 인프라를 개발하고 경제협력의 매개체를 만들어내며 EU 결속을 강화하는 등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응집체로서 유럽과 전세계로부터 점차 그 의의를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합니다. 이 외에 또 다른 중요한 이니셔티브로 Crimea Platform(크림 플랫폼)을 새로 발족하였는데 최근 열린 우크라이나 독립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의 공식 개시를 위한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기구를 통해 우리는 국제법을 위반하고 국가 주권을 침해하며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사태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공동메시지를 전할 것입니다.  

우리는 40년 전 폴란드가 보여준 연대 호소로 태동한 자유주의 사상과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해야 하며 지금은 이처럼 승리한 자유가 가져다준 과실을 함께 거두며 지켜나가야 하겠습니다. 중•동유럽의 성공은 1981년 그단스크에서 열린 연대의회 참가자들이 그들의 용기와 열정으로 발표한 원대한 비전에서 나온 것입니다. 무기가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예언자들이 가진 힘을 과소평가해선 안 되겠습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이 글은 국립추모사업회의 역사교육프로젝트 일환으로 월간 Wszystko Co Najważniejsze (폴란드)에 게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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